Book Review 서평
멜기세덱과 아브라함에 대한 설교들 – 존 칼빈
Sermons on Melchizedek and Abraham
– John Calvin
옛적 길 출판사, Old Paths Publications
존 칼빈(1509-1564)은 27살 때에 그의 ‘기독교 강요’ 초판을 발행하였다. 그는 원고 없이 설교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준비 없이 강단에 서는 것을 혐오하였다. 그는 또 그저 준비한 원고를 읽는 것 또한 반대하였다.
그의 주석과 설교집은 상당히 다르다. 그 이유는 그의 주석은 보다 학구적인데 반하여, 그의 설교집은 그가 제네바에서 그의 회중들을 상대로 한 것으로 설교자와 목회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그에게 배워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스코틀랜드의 장로교에 지대한 공헌을 한 존 녹스(1510-1572)에 의하면 칼빈의 제네바는 사도 시대 이후에 가장 완벽한 그리스도의 학교였다.
이 책은 창세기 14장, 15장, 21장, 22장의 본문 가운데 설교한 칼빈의 설교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옛 칼빈의 설교들을 현대 영어로 바꾸어 독자들에게 영적 보화를 선사한 이들의 노력에 대하여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칼빈은 설교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를 하나님의 백성들의 교화로 삼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칼빈의 설교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1. 명료성
칼빈은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후 세대가 우상화할까 두려워 ‘John Calvin’이 아닌 ‘Jesus Christ’를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원해 ‘J. C.’라는 두 영어 알파벳만을 자신의 무덤에 새기기를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후 세대에 의해 칼빈의 무덤이 복원되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칼빈의 설교의 특징과 장점은 그의 주석에서와 마찬가지로 명료성이다. 칼빈은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심장을 찌른다. 그는 명확한 핵심을 바르게 전한다.
칼빈은 본문의 의미를 바로 드러내는 데에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칼빈의 설교들에는 대지가 전혀 나누어지지 않고 있다.
설교를 진지하게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 보았겠지만, 설교에서 대지를 나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대지를 나누는 것이 본문의 의미를 희석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 조심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훌륭하고 잘 짜인 대지가 설교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설교의 본문의 의미 자체를 바르게 드러내는 명확하고 정확한 설교가 사실상 더 중요하다고 본다. 청교도들의 설교들을 보면 마치 하나의 잘 짜인 성경 본문에 대한 소논문과 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설교의 뼈대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본문의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가가 더 관건인데, 그러한 면에서 칼빈의 설교는 깊고 분명하며 명료함 그 자체이다.
이 칼빈의 설교들을 통하여 우리는 복음의 핵심과 참된 진리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설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설교를 칼빈은 하고 있는 것이다.
2. 간결성
흔히 사람들이 청교도에 대하여 비판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그들은 너무 말이 많다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과 진리 속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칼빈의 설교도 한 편의 설교의 내용이 적은 분량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내용도 없이 시간만 길어서 듣는 이들을 괴롭게 하는 무능력한 설교자들의 설교에 반하여, 칼빈의 설교는 영적 보화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흔히 설교자들은 자신의 설교에 대한 비판에는 무척 민감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귀를 닫는 반면에, 듣는 이들에 대해서는 불합리하게 불평하는 경우들이 빈번한데, 필요한 진리를 바로 전하면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몰려와 설교를 듣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세기의 마틴 로이드 죤스, 그 이전의 챨스 스펄젼의 열매가 있는 목회에서 확인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칼빈이 너무 지독하거나 혹독했다고 비판을 하지만, 사실 한 사람으로서의 칼빈은 가족들에게 따뜻하고 인정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칼빈이 셀베투스의 화형에도 반대했던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칼빈은 검소하게 살았으며, 평생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정말 부지런히 일했고, 자신의 마음을 늘 기꺼이 그리고 진심으로 하나님께 드리기를 힘썼던 정말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제 4 계명인 안식일 준수에 대해서도 청교도들의 안식일 엄수주의에 반하여 칼빈의 주일성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칼빈의 후기 저서를 살펴보면 그의 사상과 생각이 바뀌어져서, 청교도들의 주일성수에 아주 근접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3. 아브라함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아브라함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믿음의 조상이다(창세기 17장 4절 말씀: 보라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지라). 이 책은 아브라함을 통하여 칭의와 믿음과 순종에 대한 성경의 진리들을 다루고 있다.
현대의 즉석 식품 식의 가볍고 천박한 거짓 진리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러한 견고한 진리의 양식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또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진리라는 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몸에 요긴한 약이 쓴 것처럼, 이러한 진리들을 우리가 가까이 할 때에 우리의 영혼과 마음이 하나님의 진리로 인하여 살찌워지게 될 것이다.
무슨 추천과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무리 맛있는 것도 자신이 직접 먹어 보아야 하고, 아무리 좋은 곳도 자신이 직접 가 보아야 하는 것처럼 이 칼빈의 불후의 설교들도 직접 그 진리들을 정독하고 묵상하며 자신의 삶과 인격에 적용시키는 사람만이 그 진리로 인한 유익과 혜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아브라함의 심각했던 시험(examination)을 다루고 있으며, 하나님 중심적인, 그리스도 중심적인, 성령 하나님 중심적인 설교들이다. 이 양장본은 칼빈의 설교에 걸맞게 잘 출판되어서 읽는 독자들에게 흡족함을 안겨주고 있다.
리챠드 뮬러(Richard A. Muller)의 서론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칼빈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하지만 뿐만 아니라 칼빈을 통하여 진리의 진수를 맛보기를 원하는 이제까지 칼빈을 접해보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으로 추천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들을 이 책은 갖추고 있다.
원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사실 원서가 번역서보다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리고, 원서를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것이 그만큼 더 가치가 있고, 번역서보다는 원서를 직접 접하는 것이 원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강력하게 이 책을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